15일 광복절, 광화문과 서울역에서 열린 자유우익진영의 대규모 집회는 태극기의 ‘한풀이 마당’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현재 서울시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8.15 남북공동행사’에서 태극기와 대한민국 국호가 사라진 현실을 개탄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힘차게 태극기를 흔들고 목 놓아 “대한민국”을 외쳤다.
▲15일 오후 3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반핵반김국민협의회가 주최 ‘북핵폐기·북한해방 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있다.ⓒkonas.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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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핵반김국민협의회(운영위원장 임광규)는 이날 오후 3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인도에서 ‘북핵폐기·북한해방 국민대회’를 개최하고 북한 핵문제와 인권문제가 대한민국과 민족의 사활이 걸린 사안임을 재확인하고 정부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했다.
약 5000여 명(경찰추산 3000명)이 모인가운데 개최된 이날 대회에서 경찰은 인근 대학로에서 행사를 벌이고 있는 친북단체들과의 충돌에 대비, 29개 중대 3천700여명을 배치하고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췄지만, 우려했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임광규 운영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오늘 우리는 해방 60주년을 기념하면서, 아직도 해방되지 못하고 묶여있는 북한땅의 동포를 위해 이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라고 대회취지를 밝혔다. 임 위원장은 이어 “북한땅에는 생명권도, 침묵할 자유도, 기도할 자유도, 자유선거도 금지돼 있다. 이 지경이니 다른 인간 기본권을 더 지적한다면 사치스러운 설명”이라고 북한 현실을 지적하면서 “여러분의 정의와 공분은 자유민주주의의 힘이며 북한해방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이 김정일 독재타도를 요구하는 유인물을 들고 집회에 임하고 있다.ⓒkonas.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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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연설을 맡은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옛날에는 ‘이게 뭡니까’라고 했지만, 지금은 ‘이게 제정신인가’라는 말이 나온다”며 “북측 대표단이 어제 국립묘지를 참배했는데, 그들은 6.25사변으로 돌아가신 전사들을 참배하러 간 것이 아니라 그곳에 좌익 독립투사가 묻혀있기 때문에 간 것”이라면서 “진정으로 국군묘지를 참배하려거든 6.25전범에 대한 사과부터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런 것 없이 고개 숙이는 꼴이라니 저런 위선자가 어디있는가”라며 “이젠 남한 대표들도 김일성 묘에 참배해야한다고 요구하면 영락없이 가야하지 않겠나. 거기에 넘어가다니 한심하다”고 정부의 행동을 비난했다.
김현욱 국제안보포럼 이사장은 최근 미국에서 열렸던 북한인권세계대회의 참석보고를 하면서 “북한인권과 핵문제는 동전의 양면처럼 긴밀한 관계인데, 김정일이 물러나는 것밖엔 열쇠가 없다는 것”이라며 “김정일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이번 6자회담이 실패하든 안하든 핵문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넘어갈 것이다. 북한은 IAEA에 의해 반드시 핵사찰을 받아야 하는데, 김정일은 이것을 가장 무서워한다. 사찰단이 온 북한 땅을 구석구석 들여다보면 북은 반드시 붕괴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자유사랑청년연합 회원들이 인공기를 찢으려하자 경찰이 단상위로 뛰쳐올라와 인공기를 사이에 두고 양측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konas.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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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출신으로 국군포로가족모임 대표를 맞고 있는 고려대학생 서영석씨는 ‘김정일 정권에 보내는 경고장 낭독’을 통해 “자유와 인권은 인류 보편적 가치이지만, 북한에서는 지금 이 시각에도 우리 동포 형제들이 굶어 죽고, 병들어 죽고, 맞아 죽고, 고문을 견디다 못해 죽고, 공개처형당해 죽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 인민의 이름으로, 민족의 이름으로, 그리고 이제 자유인의 이름으로 너 악마 김정일을 기필코 처단할 것이다. 너 악마 김정일을 갈기갈기 찢어 불구덩이에 던진다 해도 구천을 떠돌 영혼들을 위로할 수 없음을 우리는 알지만, 우리는 반드시 너를 사로잡아 원한의 영혼들의 제단에 바칠 것”이라고 결의의 의지를 다졌다.
‘국민에게 보내는 호소문’ 낭독을 맡은 최봉희 자유총연맹 회원은 “지난 60년간 우리는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 왔고, 숙명처럼 여겨온 가난에서 벗어나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 냈다. 그러나 정부 주도로 치러지는 광복 60주년 행사에 60년에 걸쳐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궈 온 우리의 피나는 노력은 간 곳이 없고, 김정일과 그 추종세력들만의 저주스러운 굿판만이 요란할 뿐”이라며 “이 혼란스러운 현실을 국민 여러분의 힘으로 바로잡아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며 북한동포의 해방과 북핵불용 원칙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현충원과 월드컵경기장에서 반북시위를 계획했다 경찰에 의해 봉쇄당했던 자유개척청년단 회원들이 울분에 찬 구호를 외치고 있다.ⓒkonas.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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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회 전날 현충원과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반북시위를 하다 경찰에 연행됐던 자유개척청년단원들은 “우리는 포위당하고, 밟히고 감금당하고 강탈당하는 등 철저하게 패했다. 우리는 경찰의 포위망 속에서 하염없이 울분에 참 눈물을 흘렸다”면서 “이젠 결사항쟁밖에 없다. 공산화가 되면 여러분의 재산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하며 애국시민들의 동참과 도움을 호소했다.
이날 국민협의회는 ▲북한 핵이 민족을 볼모로 한 김정일 악마체제 연장을 위한 도박이라는 점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음▲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북한인권 개선에 적극 나설 것 ▲김정일 악마체제 타도를 위해 국제사회와 연대하여 싸워 나갈 것을 결의했다.
▲15일 정오에 서울역에서 열린 국민행동본부 주최 '8.15국민대회'.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휘날리고 있다.ⓒkonas.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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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3시간 앞선 정오에는 서울역 앞에서 약 4500여명(경찰추산 2500명)이 모인 가운데, 국민행동본부(위원장 서정갑)이 주최하는 ‘광복 60주년 자유통일 국민대회’가 열렸다.
서정갑 본부장은 전날 남북축구대회에서 태극기 사용을 금지한 정부의 지침에 대한 항의로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과 태극기를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취지를 밝혔다. 대회장 곳곳에도 ‘태극기와 대한민국 국호 사용을 금지한 노무현 정권은 반역정권’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리는 등 이번 사건에 대한 자유우익진영의 분노가 상당함을 대변했다.
▲유난히 햇볕이 뜨거운 날이었지만, 참석자들은 3시간여동안의 긴 집회에도 꿋꿋히 자리를 지켰다.ⓒkonas.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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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승 자유민주민족회의 상임의장은 대회사를 통해 “김일성시절부터 북한의 통일 원칙은 자주평화통일인데, 자주의 뜻은 ‘반미.우리민족끼리’이고 평화는 ‘남조선에서 미국을 몰아내고 국보법을 없애 붉은 세상을 만들어 북과 싸움 없이 통일하자’는 의미다. 그런데 오늘 아침 노무현이 이와 똑같은 통일원칙을 말했다”고 개탄했다.
이 의장은 이어 “평양에서 온 분자들이 국립묘지에 참배했는데, 진심으로 그들이 6.25 남침에 대해 반성한다는 보장이 어디있는가? 한마디 ‘잘못했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 참배에 앞서 그것부터 들어봐야 한다. 또,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돌려보내지 않고 이산가족을 만나지 못하게 하면서 돌연 현충원 참배를 하는 것은 철저한 통일 쇼”라고 비난했다.
이날 국민행동본부는 국가의 정통성 수호를 위한 행동강령을 채택하고 ▲헌법을 위반한 6.15 선언 폐기 및 관련자 처벌 ▲대북 전력송전 반대 ▲북한 인권 개선 등을 주장했다.
▲대령연합회 회원들이 집회참석자들에게 경례를 올리고 있다.ⓒkonas.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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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찰은 이날 양측 시위에서 일어난 인공기 소각.훼손 행위를 철저히 봉쇄하기도 했다. 국민행동본부의 한 청년단체가 인공기 소각 퍼포먼스를 위해 인공기를 단상 밑으로 가져가는 순간, 사복 경찰로 추정되는 한 남자가 순식간에 인공기를 강탈해 달아나 시민들과의 몸싸움이 일어났다. 또, 반핵반김국민협의회에서도 대회 마지막 순서로 자유사랑청년연합 회원들이 인공기를 단체로 찢는 행위를 벌이다가 단상위로 뛰쳐올라온 경찰과 인공기를 사이에 두고 뺏고 뺏기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국민협의회 대회관계자는 “이해찬이 인공기를 훼손하면 엄단하겠다고 했는데, 어떤 법적 근거로 우리를 처벌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사복 경찰로 추정되는 한 남자가 서울역 집회에서 인공기를 강탈해 달아나고 있다. 이 사람은 곧 청년단체 회원들에게 붙들렸다./사진 출처: 독립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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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as)
윤경원(코나스 객원기자)